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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80대 시모가 며느리와 친구 되기까지 30년 걸린 이야기

by Pursuit of Financial Freedom 2025.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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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시모 이미지

 

 

“그 애는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어요.” 한 80대 시어머니가 말한다. 결혼식 날 처음 만난 며느리, 눈인사도 어색했고, 말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툴고 낯선 시작이었다. 그렇게 관계는 10년, 20년을 넘어 30년을 이어왔고, 지금 그녀는 말한다. “이제는 내 친구 같아요.” 혈연은 아니지만 평생을 가족으로 살아온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 오랜 시간 속에서 두 여성이 겪은 감정, 갈등, 이해, 그리고 결국 우정으로 닿기까지의 이야기는 단지 한 집안의 일화가 아니다. 세대, 관습, 감정을 넘어 진심이 닿은 한 여성의 인생 이야기다.

 

80대 시모: 처음부터 마음의 문을 열 수는 없었다

80대가 된 지금, 돌아보면 지나온 세월이 꿈만 같다. 결혼한 아들은 어느새 정년을 앞두고 있고, 며느리는 손주 둘을 다 키워낸 어엿한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시모였던 그 시절, 젊은 며느리를 대하는 마음은 여유롭지 않았다. 시댁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며느리의 태도는 늘 신경이 쓰였고, 작은 말 한마디에도 속이 상했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 ‘나는 친정에서 배운 게 저렇게 없진 않았는데’라는 생각이 머리를 맴돌았다. 말은 아꼈지만 표정은 말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명절이면 일찍 와서 일도 하고, 제사 준비도 능숙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기대에 못 미치면 속으로 실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며느리도 내 아들과 같은 세대이고, 나와는 전혀 다른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그렇게 10년쯤 지나서야 그녀의 표정 뒤에 숨은 피로와 눈치를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친구가 되기까지, 시모에게도 자신의 고정관념을 내려놓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며느리: 적당한 거리 두기로 버텨낸 세월

며느리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서 만난 가족,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존재가 시어머니였다. “우리 집은 이래야 한다”는 말 한마디에 숨이 막혔고, “요즘 며느리들은…”으로 시작되는 비교에 마음이 닫혔다. 친정에 다녀오는 일도, 육아 방식도 시댁의 기준에 맞춰야 했고, 시어머니의 말은 언제나 ‘답정너’로 느껴졌다. 하지만 며느리는 참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아이들을 위해서, 남편을 위해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그러다 어느 순간 ‘기대하지 않기’로 마음을 정리했다. 정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적당한 거리에서 버티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갔다. 결정적인 계기는 첫 아이가 사춘기를 맞이하던 해였다. 육아의 어려움을 겪던 그녀에게 시어머니가 처음으로 “너무 고생이 많다”라고 말해줬고, 그 말이 며느리의 마음에 큰 균열을 일으켰다. 며느리는 그때 느꼈다. 이 사람이 내 편이 되어줄 수도 있겠구나. 그 이후, 시어머니에게 마음을 조금씩 열기 시작했다. 친구가 되기까지, 며느리에게도 수많은 감정의 여과가 필요했다.

친구: 가족이지만, 친구가 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로에게 마음의 빗장을 풀기까지는 3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 과정에는 큰 싸움도 있었고, 말하지 못한 수많은 오해와 눈물이 쌓였다. 하지만 둘은 포기하지 않았다. 어쩌면 ‘가족이니까’ 어쩔 수 없이 부딪치며 여기까지 온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두 사람의 관계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함께 텃밭을 가꾸고, 시장을 보며, 드라마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병원도 간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건강 이야기를 하고, 며느리는 시어머니에게 친구처럼 하소연을 한다. 누가 누구의 말을 더 잘 들어주고, 더 많이 배려하고, 더 착해서 그런 건 아니다. 단지 그 긴 시간 동안 서로를 반복해서 보았고, 오해할 수도 있었던 수많은 순간에 등을 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친구가 된다는 것은 함께 시간을 견뎌낸다는 것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마음은 오래 보고, 오래 쌓아야 닿는다. 이제 시어머니는 말한다. “며느리는 내 딸은 아니지만, 이 나이엔 딸보다 더 말이 잘 통하는 친구”라고.

 

 

가족이지만 가장 멀고 어려운 관계였던 시모와 며느리. 그들이 친구가 되기까지 3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마음의 문은 하루아침에 열리지 않지만, 오랜 시간 속에 쌓이는 신뢰와 경험은 결국 두 사람을 같은 편으로 만든다. 지금 어색하고 힘든 시모-며느리 관계도, 언젠가는 우정으로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건 포기하지 않고 바라보는 것이다. 관계란 결국 시간을 견디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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